[ 좋은글 감상 ]

국화빵의 추억

석정 이정민 2015. 7. 30. 22:06

국화빵의 추억


나는 국화빵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고는 안경 낀 사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내는 추위에 손이 곱았는지 더듬거리는 손으로 빵틀에서 국화빵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종이봉지에 담다가 국화빵 하나를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국화빵이 꼭 사내의 눈물처럼 보였으며, 국화빵을 들어낸 빵틀의 빈자리 또한 사내의 눈물자국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나는 이제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 강원도 감자떡이나 중국식 호이나 붕어빵, 잉어빵, 오뎅, 만두, 호두과자 등을 가끔 사먹는다.  그것이 그나마 빈곤한 사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정호승의《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