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며칠 전 자정이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금촌로터리에 대기중이던 택시에 술에 잔뜩 취한 40대 초반의 남자 승객이 차에 올랐습니다.
승객은 목적지를 묻는 기사의 질문에 아파트 이름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재차 지역을 함께 말을 해 말라고 하자 ‘신도시 D 아파트’라고 하여 갔습니다.
그 신도시라는 곳은 교하신도시를 지칭한 것이여서 당연히 교하신도시로 향했습니다. 승객이 말한 아파트 동 입구까지 당도하였으나 승객은 그 사이 잠에 취해 얼른 일어나지를 않았습니다.
겨우 잠에서 깨어난 그 승객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아니라면서 방방 뛰면서 하는 말이 “말귀도 못 알아들으면서 택시 운전을 하느냐? 하여간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막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주지역에는 신도시가 두 군데가 있습니다. ‘교하신도시’와 ‘운정신도시’입니다. 하지만 교하신도시는 그냥 ‘신도시’로 지칭을 하고 ‘운정신도시‘는 그냥 운정이라고 지칭을 하기에 기사는 당연히 교하신도시로 향했던 것 인데 자신의 말에 대해선 잘못을 수긍 하지 않은 채 택시 승객은 “하여간 늙으면 죽어야 해“라는 막말을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택시기사들은 한밤 중 운행을 할 때 승객들로부터 막말을 듣는 경우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말다툼을 벌이다 보면 상당한 시간을 뺏길 뿐만 아니라 득이 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 넘어갈 뿐입니다. 이제 겨우 60줄에 들어선 장년(?)의 나이 밖에 안된 기사에게 막말을 하는 40대 초반의 그 자신도 앞으로 십 수년 후면 60대가 될 터인데 자신은 영원히 세월이 정지돼 나이를 안 들 줄 아는 인간인 줄 아는 모양이었습니다.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말을 듣고 보니 지난해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중 60대 중반의 증인(여)에게 법정에서 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증인의 진술은 모호했고, 진술이 여전히 불명확하자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판사는 “혼잣말을 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증인에게 상처를 줘 유감이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막말 판사는 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았고, 대법원은 자체적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엄중 조치한다고 했습니다.
이탈리아 문예 부흥기의 유명한 예술가인 라파엘은 '말할 필요가 없을 때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이 총명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잎이 무성한 과수에 과실이 적은 법입니다. 그래서 과실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잎을 솎아 내기도 합니다. 말이 많아 여러 가지 낭패를 보거나 곤란한 지경에 빠지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옛말에, 미련한 사람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자기 등에 채찍이 될 뿐이라 했습니다. 또 입과 혀는 근심과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와 같다고 했습니다. 조용히 침묵해야 할 때에 하는 말은 생명 없는 말이 되거나 수다스러운 말이 되고 맙니다.
신체구조상 입은 하나고 귀가 둘인 의미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새겨봅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두 배로 하라 함입니다.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일수록 말수를 줄이고 침묵으로 자신의 인격을 표현합니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덕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택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택시업계 "사회적 대타협기구 참여" 결정 (0) | 2019.01.19 |
---|---|
머들라고 뽀오짝 붙으요?? (0) | 2014.12.05 |
대한민국은 음주운전자 천국 (0) | 2013.08.12 |
돈벌이 안 되는 택시운전 왜 하냐구요? (0) | 2013.06.05 |
택시요금 싸다고 손님에게 불친절해서야 (0) | 2013.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