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사는 이야기 ]

딸과 며느리

석정 이정민 2014. 1. 2. 19:03

딸과 며느리

    

 

딸과 아들을 둔 어느 부인이 거리에서 아는 이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부인. 작년에 결혼한 따님도 잘 살지요?"

 

", 그저 덕택에 잘 있습니다. 우리 딸은 아주 팔자가 늘어졌지 뭐유. 남편을 잘 만나서 오후까지 잠을 자고 이부자리에서 아침 들여오게 해서 먹고, 그러고 는 미장원에 들르고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고, 저녁에는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걸 먹는답니다. 그야말로 귀족 같은 생활이지요."

 

이 말을 하는 부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아휴, 참 멋있네요. 부러워요. , 참 아드님은 어떠세요?"

 

부인은 아들 얘기가 나오자 얼굴을 찌푸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 우리 아들은 운이 나빠서 여잘 잘못 만났어요. 글쎄, 며느리가 말이에요, 한낮이 되도록 잠을 자고 이불 속에서 아침밥을 먹질 않나, 그러고는 집안일은 전혀 돌보지도 않고 미장원에 달려가서는 머리에 물을 들이고 수세미처럼 만들어 가지고 매일같이 백화점에 가서 낭비를 하고. 집에 와서 저녁밥 준비할 생각은 않고 바깥에서 비싼 돈 내고 음식을 사먹고 저녁 늦게 들어오니, 이거야말로 게으르고 사치만 하는 허영덩어리지 뭐유."

 

말을 걸었던 사람은 멍하게 그 부인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똑같은 상황인데도 자기가 어떤 처지냐에 따라 사물을 다르게 보고 있지는 않은가? 또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자기 중심적인 판단에 따르고 있지는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게 마련이지만 막무가내로 자기 처지만 정당하다고 우기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결코 남을 사랑할 수도, 사랑 받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