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아들 82번 훈련병 승협아!
네가 입대한지도 어엿 33일이 되었구나. 이제 나흘 후면 풋내기 훈련병에서 당당한 대한민국 이등병의 빛나는 계급장을 달게 되는 수료식이구나. 그동안 힘든 훈련 받느라 정말 수고 많이 했다.
이제부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진짜 군인이 되는 가 보다. 수료식 때 늠름한 군인이 되어 있을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빠로서 한편 대견하고 기쁘기 한량없구나.
네 엄마는 항상 너의 건강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다, 이빨 보정기는 잘 끼고 있는지, 고된 훈련에 힘은 안 드는지, 군에 가기 전 양악 수술을 해 주었어야 하는 데 가정 형편상 해 주지 못함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양악 수술만 하고 군대를 갔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가 보다.
지난번 전화 왔을 때 목소리가 많이 쉬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물론 군대라는 곳이 목소리 크게 내야하는 특수 집단이라 이해는 하지만 다른 엄마나 아빠들은 아들들의 목소리가 쉰 목소리가 아니더라는 말에 엄마는 약간 걱정을 하더구나.
하지만 아빠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네가 신병훈련소 조교님들이나 지휘관님들의 훈련을 잘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 대장부로 태어나서 군복무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큰아빠도 아빠도 작은 아빠도 예전 군 생활 36개월 모두 무사히 마친 자랑스러운 집안이다. 그 뒤를 이어 우리 아들 승협이도 21개월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군 생활을 하게 되어서 정말 자랑스럽다, 너의 작은 아빠 아들인 사촌인 승건이형은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 너의 하나뿐인 누나의 예비신랑인 형규형(예비 매형)도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고, 하나뿐인 아들 승협이도 군 생활을 하고 있으니 우리 집안도 이제 군인만 3명이나 되는구나.
사랑하는 아들 승협아!
네가 입대 한 후 이번 편지가 네 번째가 되는 구나. 너에게 쓰는 편지를 아빠 블로그에 연재를 하고 있단다. 먼 훗날 네가 전역 후에 추억을 되살려주기 위함이란다. 이 편지는 < 군에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 3편이 되는 셈이란다. 몇 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어서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네가 전역하는 그날까지 계속 쓰기로 작정 했단다.
지나고 보니 너는 누나보다도 아빠, 엄마에게 효도를 참 많이 했던 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몸이 아프면 엄마 대신 세탁기를 돌리는 가하면, 밥을 짓기도 했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기도 하는 참 착한 아들이었잖니.
어디 그뿐이니. 대학교 다니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을 네가 쓰고 싶은 곳도 참 많았을텐데 엄마에게 드리거나 아빠가 약간 가는귀가 먹었다고 이백만 원이 넘는 보청기를 구입해 주기도 했고, 아빠 눈 나쁘다고 비싼 안경도 마련 해주고, 군 입대 바로 전에는 군에 가면 돈 필요 없다고 용돈 모아놓은 큰 돈을 아빠 이빨 나쁘다고 치료비 보태 쓰라고 몽땅 털어 주고 갈 적에 아빠는 우리 늦동이 아들한테 큰 짐을 지은 것 같아 정말 미안했단다.
아들아! 이 애비가 하나뿐인 아들, 하나뿐인 딸이 있지만 열 아들 안 부럽다. 이제 며칠 후면 신병교육대 수료식 후 자대 배치를 받고 자대를 가겠지. 1군단이란다. 매형이 될 형규형이 근무를 하는 곳이 1군단인데 우연치곤 참 희한한 우연이구나. 물론 같은 부대가 되기는 로또복권 당첨되기보다는 어렵겠지.
사랑하는 아들 승협아!
오늘 네가 전화 한 것을 받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했는데 엄마는 교회 예배 중이라 못 받고, 아빠는 친구 막내아들 결혼식장에서 사진 찍어주느라 확인도 하지 못하고 나중에 할려고 아들에게 온 전화 인줄 모르고 그냥 끊어 버렸네. 정말 미안했단다.
나중에 다시 엄마와 통화가 되었다니 다행이다. 집안 소식을 전하마. 네 누나가 오늘 6월 결혼식을 앞두고 보람이 누나와 함께 드레스를 맞추러 서울 갔단다. 형규 형이랑 함께. 그리고 누나 결혼식 때 형규 형 군 동료들이 ‘예도’를 한단다. 참 멋있겠지. 군 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는 예도는 정말 멋있지. 공군 소령인 네 외사촌 형 민호가 대위로 복무할 당시 결혼식장에서 민호 형 후배들인 소위, 중위들이 예도 하는 것 참 멋있었던 것 기억나는구나.
누나 결혼식 때 잠시나마 하루정도 외출이 허가 되리라 생각이 든다. 물론 수료식 때 보겠지만 말이다. 신교대 수료식 때까지 함께 지내는 동기생들과 항상 사이좋게 지내고 전우애 잊지 말거라. 군 자대 배치 후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소대, 분대 전우란다. 항상 먼저 배려하고, 항상 먼저 네가 솔선수범해라.
그리고 자대 배치 후에도 선임들을 친형들처럼 생각하고 지휘관들을 부모처럼 공경해라. 그러면 이쁨 받는다. 고교시절 교장선생님을 비롯 교감선생님, 부장선생님들께 귀여움 독차지 했듯이 말이다
아들 승협아, .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습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습관이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시나브로 몸과 마음에 굳어버린 버릇을 말하는 것이다. 또 습관은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단다. 그중에 나쁜 습관도 있고, 남들이 본받을 만한 좋은 습관도 있단다.
우리나라 속담에 “개살구도 맛들일 탓”이라는 말이 있단다. 시금털털한 맛없는 개살구도 먹어버릇하면 길이 들어져 먹게 된다는 뜻이다. 한번들인 습관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의 군 생활이 힘들고 고달파도 굳건히 이겨나가기를 기대한다. 군 생활은 절대복종, 절대 상명하복이다. 선임들에게 그 어떤 경우라도 대꾸하지 말 것이며 복종해라. 시키면 시킨대로 바로 복창하고 행동해라. 제아무리 힘든 훈련도, 생활도 견디어내라.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기 마련이다. 수료식 때 만남을 기대하며 .
2016년 3월 27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사랑하는 아들 승협이에게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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