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자 일상 이야기]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석정 이정민 2019. 5. 21. 18:32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류시화 글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도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아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가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